사실 우리 대학에서 학부생들은 버려졌잖아요
서울대 교육공학전공 박사이며 '교육과 혁신硏' 이혜정 소장의 도발적 교육비평서 출간 안내
김용이기자 | 입력 : 2014/10/21 [11:18]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 강의법 개선을 위한 교수 워크숍을 진행하던 중 자연과학대 모 교수가 불쑥 던진 말이라고 한다. 교수의 연구 실적을 강조하는 대학의 분위기가 한 편에서 대학의 교육환경을 절름발이로 만들고 있다는 자조적 탄식이다. 서울대 교육공학전공 박사이며, '교육과 혁신 연구소' 소장인 이혜정 교수가 서울대생 1천100명을 상대로 한 심층조사를 토대로 한 교육비평서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다산북스)가 출간됐다.
이 교수는 책을 출간하기 위해 지난 2년간 미국 미시간대에서 객원교수로 활동하면서 비교연구도 병행했다. 애초 서울대에서 최우등학점을 받는 이들의 차별화된 공부방법을 살펴보려 했던 이 교수가 내리게 된 결론은 스스로의 표현에 따르면 "충격적"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할수록 당혹스러웠다. 과연 이런 식으로 공부해도 되나? 최고 대학이 이렇게 가르쳐도 되나?" 이 교수에 따르면 실제 서울대생들은 초·중·고등학교에서 공부하는 방식 그대로 공부해야만 높은 학점을 받을 수 있다고 고백한다.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력은 학점과 상관없고, 오히려 성적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창의력은 학점에 그다지 영향력이 없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창의적이 되려는 노력을 별로 안 하게 돼요. 학점이랑 연관이 없으니까." (사회과학대 최우등성적자 인터뷰 중·33~34쪽)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열정이 아니라 자기관리다. 팀프로젝트조차 팀워크보다는 자기 주도 방식을 택한다.
미국 명문대와의 상이한 차이점이다. 저자는 학생들보다는 이 같은 공부방식에 따른 결과에 대해 'A+'를 주는 교수들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이어 우리 교육에서도 패러다임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결과가 아닌 과정을 가르치는 교육, 지식소비자가 아닌 지식생산자를 기르는 교육, 문제 해결이 아닌 문제 발견에 중점을 두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다산에듀. 368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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